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전북 도립 미술관 - 세계미술거장전<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

2012. 11. 18 세계 미술 거장전 at 전북 도립 미술관




 2012년 전북 방문의 해를 위해 기획된 전시회라는 점과, 부제로 내건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라는 문구가 더해져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회임은 틀림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 거리가 부담되어 묵혀 두고 있었던 터에 약속이 취소된 일요일에 충동적으로 전북 도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산속에 호젓이 위치한 미술관은 아마도 등산로 아래쪽에 위치한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이었고, 전시관 안쪽에서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전시관에서 작품을 하나씩 감상해 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할 수 없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느꼈다. 
 부제가 무색할 만큼의 전시물들....
 2011년 초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샤갈의 작품들만 가지고 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샤갈의 강렬한 색채감에 마음을 빼앗겼던 나로서는 다시 한번 그런 감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색채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피카소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
'게르니카'와 같은 거대한 대작을 바랬던 건 아니지만 최소한 피카소의 입체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한 두점은 있었어야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게 했다...

 그냥 돌아서 나갈까도 생각 했으나 먼길 온걸 생각해서 감상을 계속 이어갔다
샤걀과 피카소의 작품들에 뒤이어 20C 초중반 작품들로만 구성된 전시회였다. 역시 20C 초중반의 작품들은 어렵다... 미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적도 없고, 많이 알지도 못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심지어 난 그림도 잘 못그린다... ㅠㅠ) 이 시기 작품들은 너무 개인적거나 너무 구성에 치우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작품들은 감정 자체를 공유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렇게 작품들에 감정 몰입이 되지 않는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고 전시장의 끝트머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작품 몇점을 발견했다.

 Francis Bacon 의 작품들...
과장과 생략으로 인체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묻어나는 작품들
문질러 놓은 것과 같은 과감한 터치
이러한 터치는 고흐가 행했던 당시에는 없었던 과감한 붓터치를 연상케 했었고, 그의 심리 상태에 비추어 이 사람 역시 그리 평온한 감정 상태는 아니었겠다는 조심스러운 유추를 해 볼수 있게 했다
이 작품앞에 서 있을 때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 머리 감는 모습과 비슷하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참 슬픈 그림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감상평이었으며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였다.
이전에 이런 식의 표현은 본적이 없었기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고 이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중 대부분을 Francis Bacon 의 작품앞에서 보냈으며, 그만큼 집중도 있고 매력적인 작품 들이었다.
Francis Bacon 의 자화상
기타리스트 이병우 씨가 힘들때 마다 이 그림을 보았다고 한다


  전시회 이름을 세계미술거장전이라고 한 것에는 반대를 하고 싶다. 차라리 20세기 미술 거장전이라고 하던지 전후미술전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물론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샤갈과 피카소를 전며에 내세운건 좀 심했다. 그 두명의 이름 때문에 몬드리안이나 프란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같은 사람들의 작품들이 같이 전시된다는 사실이 묻혀버렸으니...

 아쉬움만 남길뻔한 전시회에서 그나마 괜찮은 느낌을 건진것 같은... 마치 본전은 한듯한 느낌이다

이른 아침

굳게 닫힌 창문 틈으로 한기가 기어이 비집고 들어 온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한기는 이내 갈길을 잃고 창문곁에 누워 있는 얼굴위에서 흩어지지지만 단잠을 깨우기엔 부족하지 않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본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형체를 찾아 응시한 끝에,
힘겹게 아래 위로 수평을 맞추고 있는 시계바늘을 찾아냈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몇번을 뒤척이다 포기한다

잠이 완전히 깼을 무렵, 다시 한번 한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지루한 시간에 꽤나 오래전에 CD를 넣어두어 무슨 곡이 나올지도 모르는 오디오에 전원을 켠다
익숙한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포트에서 딸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를 슬며시 밀어 넣고 침대에 걸터 앉는다

아직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창문 밖에서 투둑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이미 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을 깨운 차가운 기운을 생각하며 혹시나 하는 바람에 창 밖을 한참 바라본다
하지만 아직 눈이 내리기엔 부족한 모양이다
잠든 사이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은 아직도 설레임에 대상이고 기다려 지는 모양이다
약간의 실망을 감추고 차를 홀짝거린다

비가 오는 아침이면 신기하게도 Brian Crain 의 Butterfly Waltz 라는 곡이 생각난다
비 오는 날의 특별한 기억이 배어 있는 곡은 아니다
그냥 생각이 날뿐
아마도 제목과는 상관없이 이 곡은 나에게 비의 이미지로, 세차고 거친 그런 비가 아닌 아주 조심스럽게 내리는 이른 아침의 비의 그런 것으로 기억되는 모양이다
반쯤 마신 잔을 조심스레 내려 놓고 침대 발께에 있는 건반에 손을 얹는다

이른 아침이라 뻣뻣한 손가락은 쉽사리 말을 듣지 않지만
이 곡은 그런 손가락으로도 연주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두세번 반복해서 연주해 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복잡한 감정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복잡하다고 해두자
그렇게 작지만 폭풍같은 감정이 지나가고
다시 차를 홀짝 거린다
조금 식어버린 차는 의도치 않은 차가움을 안겨준다
미련없이 남은 차를 흘려 보낸다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어슴프레 날이 밝아 온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