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한기는 이내 갈길을 잃고 창문곁에 누워 있는 얼굴위에서 흩어지지지만 단잠을 깨우기엔 부족하지 않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본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형체를 찾아 응시한 끝에,
힘겹게 아래 위로 수평을 맞추고 있는 시계바늘을 찾아냈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몇번을 뒤척이다 포기한다
잠이 완전히 깼을 무렵, 다시 한번 한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지루한 시간에 꽤나 오래전에 CD를 넣어두어 무슨 곡이 나올지도 모르는 오디오에 전원을 켠다
익숙한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포트에서 딸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를 슬며시 밀어 넣고 침대에 걸터 앉는다
아직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창문 밖에서 투둑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이미 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을 깨운 차가운 기운을 생각하며 혹시나 하는 바람에 창 밖을 한참 바라본다
하지만 아직 눈이 내리기엔 부족한 모양이다
잠든 사이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은 아직도 설레임에 대상이고 기다려 지는 모양이다
약간의 실망을 감추고 차를 홀짝거린다
비가 오는 아침이면 신기하게도 Brian Crain 의 Butterfly Waltz 라는 곡이 생각난다
비 오는 날의 특별한 기억이 배어 있는 곡은 아니다
그냥 생각이 날뿐
아마도 제목과는 상관없이 이 곡은 나에게 비의 이미지로, 세차고 거친 그런 비가 아닌 아주 조심스럽게 내리는 이른 아침의 비의 그런 것으로 기억되는 모양이다
반쯤 마신 잔을 조심스레 내려 놓고 침대 발께에 있는 건반에 손을 얹는다
이른 아침이라 뻣뻣한 손가락은 쉽사리 말을 듣지 않지만
이 곡은 그런 손가락으로도 연주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두세번 반복해서 연주해 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복잡한 감정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복잡하다고 해두자
그렇게 작지만 폭풍같은 감정이 지나가고
다시 차를 홀짝 거린다
조금 식어버린 차는 의도치 않은 차가움을 안겨준다
미련없이 남은 차를 흘려 보낸다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어슴프레 날이 밝아 온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우습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