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1일 월요일

봄비 내리는 이른 아침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소리없이 살금살금

어슴프레 동이 틀 무렵 눈이 떠졌다.
빗소리에 눈이 떠진 것은 아니다.
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주었으니까...

벌써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무섭게 불어대던 바람, 낮은 돌담, 높게 출렁이는 파도, 할머니들의 사투리
이젠 눈을 감아도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어느 할머니의 집처럼 너무나 익숙한 모습 들이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 동안 못해본 것 들을 꼭 해보리라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무한대에 가까운 여유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 보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내 이런 걱정은 접었다.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것...
이것 또한 그 동안 못해본 것 중에 하나이니까...

문득 비오는 봄의 우도를 기억에 남기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려던 마음도 있었지만, 언제 누가 찾아올지 모르니까 접어두고
차에 시동을 걸고 아주 천천히 비가 내리는 속도 만큼 천천히 출발했다.

이런 기분 좋은 드라이브에는 반드시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필요한 것.
Isao Sasaki(イサオササキ) piano 연주 CD 를 player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나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았다.
물기를 살포시 머금은 우도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고,
제일 먼저 내가, 오롯이 나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기분좋은 설렘이 함께했다.

창문을 살짝 내렸다.
비가 좀 들어 오면 어떤가.
이것 역시 앞으로 다시 경험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우도의 봄비를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니 즐거운 일이 될 수 밖에...

역시 그렇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흔한 것, 별것 아닌 것에도 의미를 두게 만든다.
돌담 아래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도, 늘 그자리에 있었던 등대도,
늘 타고 다니던 도항선에도, 항상 푸른 빛을 내던 바다도
오늘만은 특별하고 또 특별하게 내 가슴으로 옮겨진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소리없이 살금살금...

하지만...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하고 즐거운 노래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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